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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본교-분교 통합… 제2건학 이끌겠다” [장호성 총장 동아일보 인터뷰]
분류 이슈
작성자 옥정우
날짜 2013.07.12 (최종수정 : 2013.07.15)
조회수 1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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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대 밑그림 그리는 단국대 장호성 총장

《 보일 듯 말 듯 희미한 미소에 조용한 말투. 장맛비가 내리는 10일 경기 용인시 단국대 총장실에서 장호성 총장을 마주한 순간 대화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막막했다. 평소 언론 인터뷰를 잘 안 하기로 알려져 어렵게 느껴졌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2시간 가까이 진행된 장 총장과의 인터뷰는 요즘 유행어를 빌려 표현하자면 ‘빵빵 터졌다’. 오랜 세월 여러 대학에서 보고 느낀 것들을 생생한 표현들로 풀어냈다. 일례로 요즘 대학마다 국제화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을 건네자 “아직 우리 애들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해 아쉬운데 무조건 외국 애들을 데려다가 어쩌느냐”고 답하는 식이었다. 하지만 그 뒤에는 곧바로 내실 있는 국제화 노력들이 뒤따라 나왔다. 대화가 길어질수록 장 총장이 장기적인 안목에서 ‘대학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큰 그림을 그려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
 

―서울에서 경기로 학교를 옮긴 지 벌써 6년이 됐다.

“2007년 8월에 옮겼으니 그렇다. 남들은 서울로 몰려가는데 교육환경을 제대로 갖추기 위해 구성원들이 큰 결단을 한 셈이었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시절과 비교하면 학교 용지가 8배(약 32만 평)로 늘었으니 일단 넓어서 좋다. 이전 초기에는 건물이 부족했지만 건물과 기숙사를 부지런히 지었고 연구시설도 계속 늘리고 있다. 학교를 계획적으로 설계해서 교내 폭포 같은 조경도 괜찮다. 이전한 지 10년 차쯤 되면 완전히 틀이 갖춰져 더 멋있어질 것 같다.”

―내년부터 본교와 분교를 통합해 2캠퍼스 체제로 변신한다는 계획인데….

“또 한 번 혁신을 하는 것이다. 기존에 죽전과 충남 천안에 중복학과가 있어서 투자를 효율적으로 할 수 없었다. 예산 시설 교수진을 두 군데로 나누느라 규모 있는 학과를 만들기 어려웠다. 두 캠퍼스의 주력 분야를 완전히 차별화해 경쟁력을 높이자는 게 통합 이유다.”

―다른 대학은 학과 하나 바꾸는 데 몇 년씩 걸린다. 학교 이전과 학과 조정을 단기간에 성사시킨 비결이 궁금하다.

“중복학과를 조정한 것일 뿐 학과를 없앤 건 아닌데 아무래도 교수나 졸업생은 서운하게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비전을 제시하고 당위성을 앞세우니 다들 수긍하고 따라줬다. 학부생도 좋은 시설과 기자재를 누리고 교수도 인원을 늘려 교육과 연구에 매진할 수 있게 하자는 원칙이 통한 것 같다.”

진지하게 학과 조정의 당위성을 설명하던 장 총장은 갑자기 “문제는 이렇게 하면 좋아질 거라고 해놨는데 안 좋아지면 큰일”이라며 껄껄 웃었다. 학과 조정에 대한 자신감이 있기에 가능한 농담인 듯했다.

―다른 대학은 폐지하는 추세인 철학과를 신설한 것이 눈길을 끈다.

“우리 대학의 건학이념이 구국, 자주, 자립이다. 여기엔 철학적 의미가 담겨 있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자기만의 국가관과 생활철학은 가지고 있어야 한다. 교양학부에서도 학생들에게 철학을 가르칠 수는 있지만 정식 학과가 있어야 철학을 아는 학생을 배출하지 않겠나. 물질문명이 발달할수록 철학과 심리학 상담 같은 분야는 더 필요해진다. 이미 우리 대학은 상담치료실을 2개 만들어 외부인들에게도 개방하고 있다.”

―죽전캠퍼스의 특성화 분야에서 문사철(文史哲)을 강조하는 것도 이런 맥락인가.

“그렇다. 옛날에는 막연하게 문사철이 중요하다고 했지만 이제는 정말 일상생활에 절실하게 필요한 것이 문사철일 수 있다. 나도 전자공학을 전공했지만 사람들과 대화할 때 안테나 얘기를 하진 않는다. 대화의 대부분은 사회문제, 인간관계, 예술 같은 것이다. 내가 이공계 졸업생을 만났을 때 ‘앞으로 전자회로 설계를 잘하라’고 얘기하면 되겠느냐?(이 대목에서 유쾌하게 웃었다). 앞으로 살아가는 데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해 말해줘야 하지 않겠느냐. 문사철은 삶의 기본이다.”

―대학들이 문사철을 줄이는 이유는 취업률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내년부터 교육부가 인문계와 예체능계 대학평가에서 취업률을 빼기로 한 건 어떻게 보나.

“일단 교수들은 좀 편해지겠지만 학생들은 어려움이 있을지도 모른다. 특히 음악 미술 분야는 국내에서 활동할 기회가 워낙 적다. 학교가 그런 친구들에게 적극적으로 취업 기회를 만들어주는 노력도 해야 한다. 대학 전체의 취업률은 다같이 올라가겠지만 양면적인 문제가 있다.”

장 총장은 외부의 평가를 잘 받으려면 취업률이나 국제화율이 얼마나 중요하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훤히 꿰뚫고 있었다. 하지만 외부 실적용으로 학교를 운영하지 않겠다는 소신이 확고했다.

그는 “나도 업적을 내고 싶고 랭킹을 올리고 싶다. 하지만 구조조정을 한 번 하면 자리를 잡는 데 7, 8년이 걸린다. 이런 어수선함을 감수하는 이유는 장기적인 발전을 위한 것이다. 당장 랭킹을 높이자면 있는 자원을 돌리면 된다. 하지만 지금은 랭킹이나 평판도에서 약간의 손실을 보더라도 문제가 안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단국대만의 특색 있는 국제화 프로그램은 뭐가 있나.

“솔직히 국제화에 상대적으로 신경을 덜 쓰는 편이다. 내실을 더 다진 다음에 하려고 한다. 영어 강의도 우리 재학생들의 수준을 점검하면서 단계적으로 늘리고 외국 학생들도 무조건 많이 데려오는 게 아니라 좋은 아이들을 선별해서 데려와야 한다. 그 대신 인터내셔널 서머스쿨을 통해 각국 대학생을 불러 모아 우리 학생들과 어울리게 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런 게 정말 학생들이 원하고 도움이 되는 것인데 대학평가에는 반영이 안 되더라.”

장 총장은 사석에서 어떤 대학이 이상적이냐는 질문을 받으면 옛날 시골의 대갓집 같은 대학을 만들고 싶다고 답한다고 했다. 손님들이 두루 들러 먹을 것도 나누고 교류도 하는 인심 좋은 곳을 뜻하는 듯하다. 그래서인지 경기 지역에 본부를 둔 독보적인 종합대로서 지역사회에 기여하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용인, 분당 등 인근 지역에 단국대가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나.

“우리는 용인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대학이 지역에서 외면을 받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 대학 이전 당시부터 지역화를 위해 많이 노력했다. 주민들에게 도서관도 개방하고 공연과 전시회도 여는 등 학교의 자산을 지역사회와 공유하고 있다. 2008년 2월에 총장으로 취임한 뒤 지방자치단체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찾아다녔다. 인근 연구원이나 기업을 찾아가 학교가 무엇을 도와줄 수 있는지 물었다. 서울에 있을 때는 느끼지 못했던 지역과 함께 호흡하는 분위기가 좋다.”

[2013.07.11 동아일보 | 글=김희균 기자 ]  기사바로가기

※ 인터뷰 전문은 동아일보의 허락을 받아 게재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