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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홍 총장 사퇴 성명서 발표, 로스쿨 불공정 강력 비판
작성자 김창해
날짜 2008.02.04
조회수 6,494


저는 대학 운영의 총 책임자로서 지난 1월 31일 발표된 법학전문대학원 예비인가 잠정안에서 우리 단국대학교가 탈락되고 그 이후의 재논의 과정에서도 철저히 배제된 데 대하여 무거운 책임감을 통감하면서 이런 상황에서 더 이상 대학 운영을 감당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2008년 2월 29일자로 단국대학교 총장직을 사직하고자 합니다.


사직서는 이미 오늘 아침 학교법인 단국대학 박유철 이사장에게 제출하였습니다.

우리 대학이 그동안 법학전문대학원 유치에 대학의 사활을 걸고 임했던 점을 감안하고, 법인 임직원, 대학의 교수 직원 학생, 학부모, 그리고 14만 동문 등 모든 단국인의 비통한 심정을 감안 한다면 당연히 당장 사직하는 것이 마땅하겠으나, 졸업식, 입학식 등의 행사가 연이어 계획되어 있는 시점이라 대학의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2월 29일자로 사직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우리 단국대학교는 60년 법학교육의 전통을 가지고 있는 대학으로서, 그동안 127명의 사법시험 합격자를 비롯하여 수많은 법조인을 배출하였으며 우리나라 법률문화 창달에 크게 기여하여 왔다고 자부합니다.

우리 대학은 법학전문대학원 인가 신청 준비를 위하여 학교법인, 대학당국 및 법대교수들을 포함한 전 구성원이 총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법학교수들을 대거 신규 충원하였음은 물론, 첨단시설을 갖춘 법학전문대학원 건물을 올 11월 준공 예정으로 신축 중에 있습니다.

교수 수, 시설만이 아니라 교수 연구실적, 교과목별 교수 적합성 등 주요 평가 항목들에서 거의 만점을 유지하였으며 현지 조사에서도 크게 지적 받은 바 없습니다. 가장 배점이 높았던 교육과정 부분에서도 우리 대학은 새로운 교육내용과 교육방식을 대거 도입하였으므로 정당한 평가가 이루어졌다면 어느 대학보다도 높은 점수를 받았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단국대학교가 예비인가 대상에서 탈락되었다면, 이것은 분명히 자의적 평가의 결과일 수밖에 없습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사법시험 합격자 수가 결정적 기준이었다고 합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야말로 이번 심사가 결과를 미리 정해놓은 채 항목별 평가는 짜 맞추기식의 구색 갖추기에 불과했다는 명백한 증거입니다. 사법시험 합격자 관련 평가기준이 최근 5년간 평균 합격자 수만을 평가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불합리성을 차치하더라도, 총 1,000점 만점의 수많은 평가항목 중 불과 25점이 배정된 사법시험 합격자 수가 어떻게 결정적 기준이 될 수 있다는 말입니까! 평가항목과 배점을 제시하고 신청을 받은 이후에 자의적인 가중치를 두어 평가했다면 이는 위계에 해당한다 할 것입니다.

법학교육위원회의 구성 자체도 위법하거나 부당합니다.

신청 대학에 재직하는 현직 교수가 4명이나 위원회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 대학들 모두가 100명 이상의 정원을 배정받아 예비인가 되었습니다. 해당 대학의 심사에는 해당 교수가 참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할 런지 모르겠으나 이해관계의 당사자가 경쟁대학의 심사에 참여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이미 심사의 공정성은 의심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지방대학의 발전과 지역균형에 대한 고려도 형평성을 잃어버렸습니다. 균형발전을 추구하겠다는 취지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법학전문대학원 제도의 도입을 통해 지역 균형발전을 도모하겠다면 당당하게 모법에 명문화 하였어야 합니다. 시행령을 통해 모법이 예정하지 않았던 지역균형을 추진한 것부터 출발이 잘못되었습니다.

지역균형의 실현을 위한 구체적 방법론에 와서는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무원칙의 연속이었습니다. 전국을 고등법원 관할구역별로 5등분해놓고 정원 할당은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 2등분하였습니다. 그 결과 경기도 소재 대학들은 전형적인 역차별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대한민국 전체 인구 22%의 경기도에 고작 50명을 배정하고 무슨 지역 균형발전을 이룩하겠다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광역자치단체별로 최소 1개 대학은 선정하기로 하였다느니 아니라느니 정부 내에서도 혼선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발표를 연기하면서까지 벌이고 있는 재조정 역시 논리가 아닌 힘겨루기의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처음부터 법학전문대학원 제도 도입의 본래 취지는 퇴색한 채 이해집단들의 힘겨루기로 얼룩진 과정의 연속이었습니다. 정원 2,000명만 해도 그렇습니다. 어디에도 정원 책정의 논리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부르고 깎는 흥정만이 존재할 따름이었습니다.

대학들도 반성해야 합니다.
각 대학의 사활이 걸린 문제이다 보니 대학다운 논리 전개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각 대학의 이해관계에 따라 우왕좌왕 했던 게 사실입니다. 어떻게 하던 우리 대학이나 붙고 보자는 식이었습니다. 교수 빼가기가 횡행했습니다. 경쟁대학의 정보를 빼내기 위해 대학인으로서의 윤리를 내팽개친 사례가 한 두건이 아닙니다. 대학인의 한 사람으로서 자괴감을 느낍니다.

대학들을 이 지경으로 내 몬 정부 당국은 더욱 반성해야 합니다.

이런 무원칙한 심사 결과를 결코 수용할 수 없습니다.
정부 당국에 촉구합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일입니다. 용기를 가지고 다시 시작하는 것이 옳습니다. 이미 넝마가 되어버린 이번의 법학전문대학원 설치 예비인가 전 과정을 전면 백지화할 것을 강력히 촉구합니다.
정원 책정부터 다시 하고, 지역 균형발전을 고려할 것인지도 모법에서 규정해야 합니다. 고려할 것이라면 고려의 구체적 방법을 시행령으로 명확히 해야 합니다. 공정성이 인정될 수 있는 전문가들로 법학교육위원회를 다시 구성하고, 평가항목과 배점, 평가기준 등을 명확히 함으로써 자의적 평가의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배제해야 합니다.

그렇게 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면, 차라리 준칙주의로 돌아가십시오.

저는 이 모든 사태에 대한 나름대로의 책임을 지고 단국대학교 총장직을 물러납니다. 그러나 제가 떠나기 전 정보공개 청구는 물론, 행정소송, 헌법소원 등 가능한 모든 대응 수단을 강구하겠습니다. 후임 총장께서도 이 문제에 관한 한 한 걸음도 물러서지 말고 강력하고도 지속적인 대응책 강구에 노력해 주실 것을 당부드립니다.

2008년 2월 4일

단국대학교 총장 권 기 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