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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디자인과, 사제 하나되어 강의내용 책으로 펼쳐
작성자 김창해
날짜 2006.09.25
조회수 5,934
한 학기 동안 토론하며 공부했던 내용들이 귀중한 책으로 재탄생해 신선한 이목을 끌고 있다.

서울캠퍼스 시각디자인과는 [1학년 세미나] 강좌를 통해 논의되었던 다양한 주제들을 [디자인컨텐츠 2]란 책명으로 최근 간행, 전공생과 미술관련 입시기관, 경쟁대학 관련학과 등에 1,000부를 배포했다.
시각디자인과에서 [1학년 세미나] 강좌를 책으로 펴내기는 이번이 두번째. 지난 2004년 발행된 [디자인컨텐츠 1](600부 발행)은 2004년 1학기에 진행되었던 [1학년 세미나] 강좌를 정리한 것이며, 이번에 발행된 책은 2005년 1학기에 있었던 동 강좌를 정리한 것이다.

이 책이 무엇보다 새로운 것은 디자인을 배우는 학생들에게 강의실에서의 지식보단 세상의 트랜드를 읽을 줄 아는 안목을 우선 주문한다는데에 있다. 16주 강의에 맞춰 내용도 '가치소비, DMB, 마케팅, 섹슈얼, 여성, 유비쿼터스, PPL' 등 우리 주변에서 일상적으로 접할 수 있는 다양성에 기초하고 있다. 책의 내용도 각 주제에 맞춘 작품선이 아니라 해당 주제에 접근하는 다양한 접근방법론이라 신선함을 더한다.

강의를 맡은 정계문 교수(시각디자인과)에 따르면 '팀별로 연구주제가 부여되고 공개 프리젠테이션을 거쳐 미비한 것은 수업이 종료된 방학중에 따로 준비를 시킬 정도로 철저히 진행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보충자료를 첨가한 후 해당 작품들은 편집진의 재검토를 거쳐 내용을 보완한 후 자체 디자인으로 편집되었단다.

수강학생들과 함께 책을 발간한 정계문 교수는 '디자인 분야에 입문하는 학생들에게 인간 삶의 다양성과 사회현상, 인간심리를 바탕으로 디자인이 어떻게 구성되어지고 접목되어져야 하는가'에 대해 함께 고민을 하였다며, '1학기 분량으로는 16가지 주제가 다소 부담스러웠지만 기대 이상으로 애써준 학생들에게 고마울 따름'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학생대표를 맡았던 조현욱 군은 '강의를 통해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고민과 체험을 통해 안목을 키웠던 좋은 경험이었다'고 피력했다.

양캠퍼스 시각디자인과는 [2004, 2005 대한민국 공익광고 공모전] 대상 2연패, [2006 제일기획 공모전] 대상, [2005 KT&G 광고공모전] 대상 등 굵직한 광고공모전에서의 다수 입선으로 이미 언론으로부터 '메이저 광고대행사 울린 대학생의 힘'(서울신문, 2005년 10월) 등의 기사를 통해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아래는 [디자인컨텐츠 2]에 게재된 8주 주제 내용입니다. 재학생들의 신선한 감각을 읽을 수 있는 부분이어서 내용을 전재합니다.

<8주 주제> "섹슈얼"(시각디자인 임현진, 장수영)


Metro Sexual?
메트로 섹슈얼은 Metropolis를 의미하는 접두사 Metro와 Homosexual, Heterosexual 등에 사용하는 접미사 Sexual을 합성한 단어로서, 대도시 혹은 그 인근에 거주하는 특정성향을 지닌 20~30대의 남성군을 가리킨다.

두드러진 성향으로는 똑 떨어지는 멋쟁이상을 추구하며, 이를 위해 여성의 관습들 이를테면 매니큐어, 눈썹다듬기, 화장, 쇼핑 등도 마다하지 않는 점 등이 있다. 외모를 미적으로 표현하고 가꾸고 싶어 다방면에 걸쳐 꾸준한 노력을 하는, 일단의 소비성향이 강한 남성군을 메트로 섹슈얼이라 부른다. 즉, 메트로 섹슈얼이란 자신 안에 내재돼 있는 여성성을 긍정적으로 즐기는 현대남성을 뜻하는 신조어로 남성과 여성의 역할 경계가 점차 모호해지는 변화된 사회상을 반영하고 있다.

이들은 남성성을 유지하면서도 패션, 헤어스타일 등 외모 가꾸는 것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 자신 안에 내재돼 있는 여성성을 긍정적으로 즐기는 현대남성으로 얼굴과 몸 관리에 적극적이다. 남성미와 함께 여성적 취향의 아름다움을 동시에 추구하며 예쁜 얼굴에, 도시적 세련됨과 강인함, 잘 다져진 탄탄한 몸, 장신구 및 메이크업, 여성적이거나 스타일 있는 헤어스타일과 패션 등이 특징이다. 또한 패션에 민감하고 외모에 관심이 많다. 외모 가꾸는 것을 자연스럽게 생각해 피부와 헤어스타일에 시간과 돈을 투자하며, 쇼핑을 즐긴다. 또 음식, 문화 등에 관심을 보인다.

이렇게 이들은 유행을 이끌어가며 패션산업의 새로운 소비층으로 떠오르고 있으며 머리 손질과 피부 관리, 몸매 관리, 옷을 구입등에 아낌없이 투자하고 인생에서 재미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웰빙 트랜드의 연장선에 있다.

Ueber sexual?
독일어 '위버'(Ueber)에다가 남성성이 강조된 섹시함의 의미가 덧붙여진 신조어다.
2005년, 세계적인 트랜드 연구가 매리언 샐즈언은 자신의 저서인‘남성의 미래(The Future of Men)’에서 새로운‘남성성’을 정의하기 위한 단어로 ‘위버섹슈얼’을 사용하며 한마디로 ‘분을 바르는, 그러나 인류를 위해서 터프하게 바르는 남자’라고 했다. 샐즈언은 메트로 섹슈얼과 위버섹슈얼의 차이점에 대해 “둘 다 매력적이지만”이라는 전제하에 “둘 다 열정적이나, 메트로는 자기 자신에 대해 열정적이고, 위버는 대의와 원칙에 대해 열정적이다” 혹은 “위버섹슈얼은 자기 헤어스타일 가꾸는 것보다는 내면을 가꾸는 데 시간을 보낸다.”라는 식으로 설명한다.

한마디로 ‘멋있어 보이는 동시에 속도 꽉찬 이상적인 남성’으로 강인하고 자신감이 흐르지만 스타일리시한, 긍정적인 남성성과 신사적인 매너가 결합된 남성상이다. 즉, 전통적인 남성상과 여성상이 결합된 인간상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위버 섹슈얼은 외모에 신경을 쓰지만, 사치·허영보다는 성숙하고 세련된 분위기의 멋을 추구하며, 메트로 섹슈얼과 유사한 소비 성향을 보이지만 좀더 남성적인 취향을 보인다. 메트로 섹슈얼의 조각 같은 꽃미남들이 여성의 보호본능을 자극해 안아주고 보듬어주어야 할 존재라면 위버 섹슈얼의 남자는 울고 있는 여자에게는 기꺼이 넓은 등을 빌려줄 것 같은 듬직한 남성들이다.

일부러 스타일을 꾸미지 않아도 스타일이 살아 있는, 나르시즘에 빠져 있는 게 아니라 자신감으로 가득 찬, 감각적이고 섬세하지만 조잡하지도 않은, 침실에서는 카사노바처럼 화려하고, 오스카 와일드의 재치를 지닌 사람이다.

Cross Sexual?
크로스 섹슈얼(Cross Sexual)은 의상이나 머리스타일, 액세서리 등을 하나의 패션 코드로 생각하고 치장을 즐기는 남성 스타일로 외모만 여성스럽게 꾸미는 남성군을 가리킨다. 다만 행동과 말투는 남성스럽다는게 특징이다.

이들은 여성적 의상, 머리모양, 액세서리 등을 하나의 패션코드로 생각해 치장을 즐기고 규격화된 메트로 섹슈얼이나 위버섹슈얼을 거부하고 자기만의 스타일을 개발해 색깔을 찾아간다. 이들은 내면적 부드러움을 넘어 여성적 외모를 드러내 여자보다 더 여자 같은 외모로 보호본능을 자극한다. 이처럼 남성 속 여성성에 환호하는 양성화 경향은 최근 여러 분야의 트랜드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이러한 섹슈얼리즘이 부상한 배경은 무엇일까?
우선 다양성이 존중되는 문화가 점진적으로 확산되는 사회 분위기를 들 수 있다. 사람에게는 기본적으로 남성성과 여성성이 공존한다. 과거에도 여성적 취향을 드러내는 남성이 존재하였지만, 사회의 곱지 않은 시선 때문에 자신의 여성성을 과감하게 표현할 수 없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자기표현의 욕구가 두드러지고, 성 정체성(Gender Identity)의 다양성을 받아들이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대중 매체 또한 곱상한 얼굴과 탄탄한 체구, 세련된 옷차림 등 보기 좋은 남성들을 내세우면서 남성의 모습에 여성의 이미지를 첨가해 새로운 남성상을 만들어 남성들의 새로운 코드를 만들어 내고 있다.

또한 예전과는 달리 남성에게도 여성성이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 예컨데 푸드 스타일리스트, 플로리스트 등의 직업 영역에 남성의 진출이 늘어나면서 직업상 '여성성'을 살려야 할 필요를 느끼는 남성이 많아지고 있다. 더불어 최근 싱글족의 급속한 증가로 인해 기존 여성성의 대표적인 모습이라 여겨진 가사 활동 역시 남성이 직접 해결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또 아름답고 건강한 삶을 영유하기 위한 웰빙 문화를 들 수 있다.

이러한 웰빙 문화에 발맞춰 TV에 나온 스타의 옷이나 헤어스타일을 따라 입거나 피부·손톱·육체를 관리 등으로 남성들은 자기 관리를 위한 투자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섹슈얼 트랜드가 부상한 것은 사회구조의 변화로 인해 전통적인 남성의 가부장성이 상실하면서 철저히 여성성으로 무장해 가부장성의 상실을 철저히 인정해버리는 심리가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장기적인 경기침체와 수많은 청년들의 실업, 빈부 격차의 심화 등으로 기존의 남성에게 부과된 경제적 책임감과 부담감을 회피하기 위한 기제로 극단의 여성성을 추구하는 태도와 불황으로 인한 불안감을 보상 받고 싶어 하는 심리가 스타일에 대한 집착으로 이어지고 있고 다양한 성 취향을 존중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섹슈얼한 이미지의 남성상이 부각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한다.

‘아저씨’로 대변되는 ‘한국 남자’
‘아저씨’로 대변되는 ‘한국 남자’는 규격화된 머리 스타일과 무채색의 옷차림, 그리고 스스로를 꾸미는 것과는 거리가 먼 외적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섹슈얼의 등장으로 ‘아저씨’로 대표되던 이들은 TV광고 속 ‘피부가 장난이 아닌데’를 외치며 피부 관리에 열을 올리기 시작 했고 이젠 이발소가 아니라 미용실을 다닌다. 매스컴의 얼짱, 몸짱 신드롬으로 헬스장도 다니고 쇼핑도 하면서 자신을 관리하기 시작했다. 이젠 더 이상 귀걸이, 목걸이, 꽃무늬셔츠는 여성만의 것이 아니다. 이렇게 ‘아저씨’들은 적극적으로 자기를 관리할 줄 알고 스타일리시한 모습으로 탈바꿈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들은 자신의 삶에 자부심을 갖고 자신을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으며 최선을 다하는 적극적인 자세로 세상을 살아갈 줄 안다.

남자들의 가치관 혼란
하지만 이러한 섹슈얼에 대해 기존 보수성향의 남자들의 가치관에 혼란이 일고 있다. 헬스와 패션에 관심을 가지면서 등장하기 시작한 `멋쟁이 도시남자들`로 인해 아랫배가 나오고 단색양복을 고수해온 `점잖은 남자`들이 소외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매스컴에선 연일 메트로 섹슈얼에 대한 말이 나오고 있지만 진정한 의미를 아는 이는 드물다. 매스컴에서는 곱상하고 몸 좋은 얼짱, 몸짱을 이용해 메트로 섹슈얼을 겉핥기식으로 알릴뿐이다. 이러한 섹슈얼의 부정적인 시각은 이렇게 섹슈얼을 외모지상주의를 일컫는 루키즘(Lookism)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과 대중매체가 주도하는 스타 미화작업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바로 얼짱·몸짱 열풍 속에서 자유롭지 못한 현 세태를 반영한 외모지상주의, 소비 지향적인 면모 등의 문화현상이 섹슈얼족의 문제점을 대변해 주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받아들여야 할 자세
우리는 신체에 앞서 정신을 중시해야할 것이다. 우리는 변화된 성정체성을 공유하면서 받아들여 가고 있다. 이러한 성 역할의 변화는 열린사회로 진화함과 동시에 섹슈얼이라는 새로운 소비 스타일을 창조했다. 하지만 지금의 섹슈얼이란 의미는 상업적, 소비 지향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이러한 모습은 본래의 의미가 아니다.

진정한 섹슈얼 족이 되기 위해서는 자기 삶에 긍정적이면서도, 현실적이고,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며 적극적인 사람이 되어야 된다. 신체에 앞서 정신을 기초로 멋을 가꿔야 한다는 얘기다. 이러한 모습이야 말로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21세기의 진정한 웰빙문화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