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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학협력은 취업의 지름길…기업은 인력 얻고 학생은 경험 쌓아'[장호성 총장-김상철 한글과컴퓨터 회장 한국경제 특별 대담]
분류 이슈
작성자 박인호
날짜 2013.12.19 (최종수정 : 2013.12.20)
조회수 8,4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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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CEO가 만난 모교 총장’
장호성 단국대 총장 - 김상철 한글과컴퓨터 회장

장호성 총장이 10일 한국경제 기획 시리즈 ‘CEO가 만난 모교 총장’에 동문 한글과컴퓨터 김상철 회장(행정학과81졸)과 함께 출연해 기업과 대학의 협력방안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특별 대담은 12월 18일자 한국경제 지면에 소개됐다.

특별 대담에서 장호성 총장은 재학생들의 고민인 취업에 대해 “기업 맞춤혐 지원 체제를 구축하는 등 산학협력을 강화해 학생들의 취업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라고 밝혔다.

장 총장은 또 “학생들이 창업에 익숙할 수 있도록 기업인들과 선배들을 초청해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며 “학생들이 창업에 도전해 경험을 쌓는 한편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얻을 수 있었으면”하는 바람을 나타냈다.

더불어 재학생들에게 “타인에 대한 배려심을 키우고 ‘국가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생각을 갖을 것”을 주문했으며 “철학과ㆍ심리상담학과를 신설한 것은 인문학 교육을 제대로 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자세한 대담 내용은 다음과 같다.

 

사회=박기호 지식사회부장

단국대는 지난 5월 발표된 교육부의 산학협력선도대학(LINC) 1년차 평가 결과에서 51개 대학 중 최고 점수(1000점 만점에 962.11점)를 받았다. 덕분에 2년차 국고 지원금(대학당 평균 40억원)은 47억원으로 1년차에 비해 7억원 상향 조정됐다. 단국대는 여기에 자체 예산을 합쳐 올해 산학 협력에 60억원가량을 투자하고 있다.

장호성 단국대 총장은 4월부터 시작된 LINC 2년차의 핵심은 ‘기업 맞춤형 지원 체제 구축’이라고 강조했다. 교원 업적평가 때 산학 협력 실적을 반영하는 등 교무·학사 시스템을 산학 협력 친화형으로 바꾸는 데 주력한 1년차보다 한걸음 더 나아간 셈이다. 장 총장은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기르는 것은 물론 산업체 재직자 교육, 기업의 기술 자문·경영 컨설팅 등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번 ‘CEO가 만난 모교 총장’ 기획에서 김상철 한글과컴퓨터 회장을 초대한 것도 장 총장의 기업 친화 전략과 맞닿아 있다.


▶ 장호성 총장과 김상철 한글과 컴퓨터 회장이 지난 10일 경기 용인시 단국대 죽전캠퍼스에 있는 장형 설립자 동상 앞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회=단국대와 한글과컴퓨터는 ‘소프트웨어 인재 양성’ 협약을 맺었는데요.

장호성 총장=대학과 기업 간 산학 협력으로 기대할 수 있는 대표적인 효과가 취업이죠. 기업에 취업할 가능성을 열어둘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요즘 학생들은 막연하게 대기업은 안정돼 있고 중견기업은 불안한 데다 대우도 좋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협약을 맺은 중견기업에서 현장 실습을 해 본 학생들은 생각이 달라집니다. 사장이 직접 학생들과 교류하면서 즉석에서 채용하는 경우도 있고요. 학생들이 현장을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일부러 눈높이를 낮추라는 게 아니라 고를 수 있는 선택권을 주는 거죠.

김상철 회장=무조건 대기업만 찾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지만 자기가 하고 싶은 분야의 최고 기업을 찾는 청년들도 상당히 많습니다. 특히 소프트웨어 업종이 그렇습니다. 그런 면에서 대학과 기업은 학생들에게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지원하는 방향으로 협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산학 협력 참여 학생들이 졸업 후에 어떤 진로를 택하는지 정확하게 분석하고 새로운 지원 콘텐츠를 만들면 대학과 기업의 관계가 더 긴밀해질 겁니다.

장 총장=그동안 대학이 산학 협력을 체계적으로 못 했다고 반성하고 있습니다. 재정도 부족했는데 정부의 LINC 사업이 종잣돈 역할을 해주고 있습니다. 기업인 출신을 산학 협력 중점교수로 채용하고 학생을 인턴으로 보낼 때도 기업이 아니라 학교가 월급을 부담할 수 있게 됐어요.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고받게 된 거죠. 단국대는 중소기업이 선뜻 사기 힘든 수억원의 고가 장비를 구입해 기업과 함께 활용하는 공동기기센터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기업은 큰 돈 안 들이고 고가 장비를 쓸 수 있고, 학생은 최신 장비를 전문가에게 배우면서 써 볼 수 있으니 취업도 잘됩니다. 천안캠퍼스에 마련한 산학협력센터에는 16개 기업 연구소가 입주해 있습니다. 최근에는 한 육포 제조 중소기업에 경영학과 교수는 마케팅, 미대 교수는 디자인, 공대 교수는 포장 컨설팅을 해서 매출을 크게 올린 사례도 나왔습니다.

김 회장=연초에 인수한 영국 소프트웨어 기업에 최근 가봤습니다. 옥스퍼드대 출신들이 만든 회사인데, 미팅 자리에 옥스퍼드대 교수들이 나왔습니다. 교수들도 자기 회사처럼 생각하고 학교와 기업이 경계 없이 협업하는 겁니다. 한글과컴퓨터도 항상 사람이 모자란데, 대학과 프로젝트를 함께하면 기업은 인력을 충원하고 학생은 경험을 쌓을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서로 신뢰가 쌓이면 교류가 더 확대되겠죠. 그런 점에서 단국대의 협력 사례는 매우 의미있어 보입니다.

사회=창업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습니다.

김 회장=젊은 시절의 창업 경험은 인생에 큰 도움이 될 겁니다. 그러나 구호로만 되는 게 창업은 아닙니다. 창업하는 사람의 강한 의지가 있어야 하고 목표도 정확해야 합니다. 창업 붐이 일어나는 시기는 창업을 통해 돈을 번 벤처기업가가 등장할 때입니다. 정부의 창업 캠페인 지원보다 성공한 벤처기업가의 등장이 창업을 훨씬 많이 유도할 수 있습니다.

장 총장=저도 미국 유학시절 실리콘밸리에서 PC 관련 창업을 해봤습니다. 하드웨어를 납품받아 제가 개발한 재무 소프트웨어를 깐 다음 상점에 파는 사업이었는데요. 해보니까 제가 기술력은 좀 있는데 마케팅은 약하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보다 더 큰 수확은 자신감이었습니다. 뭔가 한번 해봤다는 것 자체가 계속 용기가 되더군요.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선배들의 경험담을 많이 들려주려고 합니다. 기업인을 초청해 성공 사례뿐 아니라 실패 사례도 많이 듣도록 하면 학생들이 창업을 친근하고 익숙하게 느끼게 될 겁니다. 그런 과정에서 용기도 생기겠죠.

사회=바람직한 인재의 자질은 무엇으로 보시나요.

장 총장=다른 사람을 배려할 줄 알아야 합니다. 가정과 학교가 함께 인품을 길러줘야 합니다. 국가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국가관도 있어야 하고요. 국민에게 국가관이 없으면 나라가 위태로워질 수 있습니다. 글로벌 시대일수록 내가 한국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가져야 합니다. 다른 대학은 취업률 때문에 철학과를 없애는 추세지만 단국대는 올해 철학과와 심리상담학과를 새롭게 열었습니다. 인문학 교육을 제대로 할 생각입니다.

김 회장=조직이 잘되려면 리더가 많아야 합니다. 직원이 1000명이라면 실제 기업을 끌어 가는 이는 20명도 되지 않습니다. 윗자리에 있다고 리더가 아닙니다. 열정만 있다면 누구나 각자 맡은 팀과 업무에서 얼마든지 주체적인 리더가 될 수 있습니다. 기업은 사람입니다. 사람이 모여서 기적을 만들어 내는 겁니다. 리더가 많은 기업이 성공합니다.

사회=대학들이 구조조정 문제로 고민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장 총장=수년 후에는 학령인구가 대학 정원보다 적어집니다. 문 닫는 대학도 나오겠죠. 정부가 구조조정을 하는 건 폐교하게 될 대학의 학생들을 보호하자는 건데요, 미리 정리하든 시장경제에 맡기든 결과는 비슷할 것으로 보이는데 굳이 국가가 나서서 강압적으로 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입니다. 부도 위험이 있는 회사에 국가가 미리 개입해 사업부를 정리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대학은 자율성을 바탕으로 성장합니다. 그런데 모든 대학을 똑같은 잣대로 평가한다면 성장 가능성이 사라지는 겁니다. 수준 미달 대학은 좋아질 수 있겠지만 이미 잘하고 있는 대학은 나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전국 대학 총장들과 한자리에서 만난 적이 있는데, 박근혜 대통령은 아직 그런 자리를 만들지 않았습니다. 대학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공무원 책상에서 나온 아이디어로 대학을 옥죄어선 안 됩니다.

사회=한글과컴퓨터 소프트포럼 등은 모두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했는데요.

김 회장=기업의 실제 주인은 직원이어야 합니다. 직원들의 전문성을 최대한 살려주고 그 전문성을 토대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재량권을 주는 것이 제 경영 방식입니다. 올해 주총에서 한컴, 소프트포럼, 다윈텍의 공동대표직을 모두 사임했습니다. 변화가 빠른 소프트웨어 산업에서는 전문가가 회사 경영을 맡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장호성 총장은

서강대 전자공학과를 1978년 졸업하고 미국 오리건주립대에서 공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양대 교수(1994~2000)로 처음 강단에 섰고, 2000년 단국대로 옮겼다. 광복 이후 첫 대학인 단국대를 설립(1947년)한 독립운동가이자 교육자 장형 선생의 손자다. 기획부총장 의무부총장 등을 거쳐 2008년 총장에 선임됐다.

김상철 회장은

단국대 행정학과를 1981년 졸업하고 금호전기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1997년 금호전기에서 분사한 계측기업체 금호미터텍의 대표가 됐다. 현재 소프트포럼 다윈텍 등 8개 기업을 보유하고 있다. 2010년 한글과컴퓨터를 인수했다. 보유 회사들의 대표직을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고 그룹 전체의 큰 그림만 총괄하고 있다.

[2013.12.18 한국경제 | 글=강현우 기자 ] ◀ 기사바로가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