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단국대학교 동양학연구원장 이재령입니다.
우리 동양학연구원은 1970년에 설립된 이래 매년 동아시아학에 관한 주요 쟁점을 중심으로 국제학술회의를 열어 왔습니다. 올해는 <국민국가 건설과 고고학>이라는 주제로 국내외 전문가들을 초청하여 국제학술회의를 개최하려고 합니다.
19세기와 20세기는 제국주의와 민족주의가 각축을 벌였던 시대였습니다. 동아시아 각국은 국민통합과 외세에 대한 저항 이데올로기로서 저마다 민족주의를 내세우며, 조국 근대화와 부국강병에 박차를 가했습니다. 이처럼 긴박했던 시대적 상황 속에서 고고학은 근대 학문으로서 일본, 중국, 대만 그리고 한국에 도입되었던 것입니다.
순수 학문으로서 고고학은 원칙적으로 학문 그 자체가 목적이어야 하고 사회적 영향으로부터 거리를 두어야 합니다. 그러나 긴박했던 동아시아의 현실은 그것을 용납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근대 고고학은 식민주의 강화, 민족정신 함양, 국민국가 건설, 사회주의 조국 건설 등과 같은 이데올로기를 위해 기꺼이 봉사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굴곡진 역사의 흐름 앞에 고고학도 자유로울 수 없었던 것입니다.
21세기 들어 다행히 근대 한국의 고고학사를 되돌아보는 깊이 있는 연구들이 풍부해졌습니다. 그렇지만 기존 연구들은 주로 일제강점기의 식민주의 고고학에 집중된 데 반해, 해방과 6·25 이후 서로 다른 체제 아래서 남북한에서 어떻게 고고학이 발전했고, 고고학 발전이 또 국민국가 건설에 이바지한 바가 무엇인지를 탐구한 연구는 상대적으로 적었습니다. 나아가 한반도와 이웃하고 있는 일본, 중국, 대만 등에서 고고학 형성 과정에 관한 국내 연구는 턱없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이번 제54회 동양학 국제학술회의는 한국, 일본, 중국, 대만에서 오랫동안 자국의 고고학사를 전문적으로 연구해 온 학자들이 모여, 함께 머리를 맞대고 동아시아에서 근대 고고학이 어떻게 형성되었는가를 논하는 귀한 자리가 될 것입니다. 아무쪼록 많이 참석하셔서 자리를 빛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2024년 12월 12일
동양학연구원 원장 이 재 령
- 공지사항 등 게시판의 게시 내용에 대한 문의는 해당 게시물에 표기된 연락처나 담당부서(VOC)로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