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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민 석좌교수, 천재 시인 ‘이상’의 미완성 퍼즐 맞추다
분류 피플
작성자 문승진
날짜 2014.07.28
조회수 8,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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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대학 권영민 석좌교수가 천재 시인 이상(李箱)의 연작시이자 우리나라 모더니즘 문학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오감도’의 미발표작으로 추정되는 작품을 공개해 문학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 권영민 석좌교수

‘오감도’는 1934년 7월 24일부터 8월 8일까지 매일 한편씩 조선중앙일보에 연재된 이상의 연작시다. 하지만 띄어쓰기를 하지 않고 시 중간에 수학기호를 넣는 등 시가 너무 난해하다는 이유로 독자들의 거센 항의를 받아 결국 15번 째 시를 마지막으로 연재가 중단 됐다.


▶ 권영민 석좌교수의 <오감도의 탄생>

이후 이상과 함께 ‘구인회’ 멤버였던 소설가 박태원이 회고록에 이상이 오감도 연재 중단 직후 “왜 (나를) 미쳤다고들 그러는지. (중략) 2000점에서 30점을 고르는 데 땀을 흘렸다”고 언급한 사실을 우리 대학 권영민 석좌교수가 발견해 나머지 15편의 행방을 찾아 나섰다.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작업에 몰두한 권 석좌교수는 지난 18일 ‘오감도의 탄생’이라는 책을 펴내면서 이상이 1936년 잡지 ‘가톨닉청년’과 ‘조선일보’에 각각 발표한 연작시 ‘역단’ 다섯 편과 ‘위독’ 열두 편이 ‘오감도’의 잃어버린 뒷부분이라고 발표했다.

권 교수는 “‘역단’과 ‘위독’의 한자 병용, 띄어쓰기를 무시한 산문체, 폐결핵으로 죽어가는 자신을 표현한 소재 등이 오감도와 같은 형식을 취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권 석좌교수는 오감도는 시마다 별도 제목 없이 숫자를 붙여 구별했지만 ‘역단’과 ‘위독’은 연작 전체의 제목이면서 동시에 개별 시의 제목이기도 했다며 “처음 오감도의 일부였던 ‘역단’과 ‘위독’을 나중에 발표하면서 제목을 붙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오감도’는 이상 스스로 ‘조선의 악의 꽃’이라고 부를 만큼 큰 애착을 보이는 작품이었다. 권 석좌교수가 문학계에서도 행방이 묘연했던 오감도의 마지막 퍼즐을 맞추면서 시인 이상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줌과 동시에 우리나라 문학사에 소중한 자료를 남기게 되었다.

한편, 권 석좌교수는 이와 함께 이상이 25세 때 소설가 최정희에게 쓴 러브레터를 함께 공개했다. 이상의 친필 편지는 동료 작가와 동생 등에게 쓴 편지 10편이 알려진 적은 있지만 러브레터가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편지에는 자신의 마음을 받아 주지 않는 최정희를 바라보며 쓸쓸해하면서도 멈출 수 없는 사랑의 감정을 담아내고 있다.

이상은 “이런 말 하면 웃을지 모르나 그간 당신은 내게 커다란 고독과 참을 수 없는 쓸쓸함을 준 사람입니다”라고 말하면서도 “나는 진정 네가 좋다. 웬일인지 모르겠다. 네 작은 입이 좋고 목덜미가 좋고 볼따구니도 좋다”며 솔직한 감정을 표현하고 있다.

권 석좌교수는 또한 이번 러브레터의 발견으로 이상의 단편소설 ‘종생기’가 최정희를 모티브로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권 석좌교수는 "종생기의 여주인공 이름 역시 '정희'인데 현실에서는 자신이 편지를 보내던 것과 달리 소설 속에서는 정희의 편지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는 점이 흥미롭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