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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위해 기꺼이… 우리 대학 김민배 직원 형제의 남다른 孝
분류 피플
작성자 홍보팀 김남필
날짜 2017.12.21 (최종수정 : 2017.12.27)
조회수 4,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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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화), 간암 판정 받은 아버지에게 형제가 간 동시 이식… 동시 이식은 전체 간이식의 약 10%
父 “자식들에게 짐을 줘 미안하지만 두 배 세 배 가족을 더욱 사랑하며 살아갈 것”
생업 잠시 미룬 형제, 혼정신성(昏定晨省)으로 주위 귀감… 수술 위해 배려해준 가족 및 직장 동료에게 감사

“형이 그동안 자식 노릇도 못했는데, 아버지 위해서 당연히 내가 해야지”

“무슨 말이에요. 형은 자식도 둘이나 있는데 제가 해야죠”


지난가을, 평소 우애 좋기로 소문난 우리 대학 홍보팀 김민배 선생과 동생 김성환 씨가 때 아닌 논쟁을 벌였다. 30여 년 동안 서로의 의사를 존중해온 이들이 처음으로 합의점을 찾지 못한 이유는 바로 아버지였다.


▲ (왼쪽부터) 김민배 선생, 아버지 김철주 씨, 동생 김성환 씨가 간이식 수술 전 기념촬영을 했다. 손을 꼭 잡은 이들은 무사히 수술을 마치고 새롭게 시작될 아버지의 인생 2막을 꿈꾸고 있다.

김 형제의 아버지 김철주 씨는 선천적 B형 간염 보균자다. 30대에 간경화가 시작돼 금주 및 식이요법으로 건강을 관리했지만 결국 2007년 간암 판정을 받았다.

당시 고주파 및 간문맥 방사선 치료를 거쳐 완치됐지만 올해 2차 간암 판정이 내려져 색전술을 통한 암세포를 제거했다. 그리고 병원에선 김 씨에게 간 이식을 권유했다.

김 씨는 “사실 2007년에도 병원에선 간을 이식하라고 했습니다. 이식을 하려면 결국 우리 자식들에게서 받아야하는데 애비 된 도리로써 어찌 그러겠습니까. 제가 잘 치료 받으면 될 거라고 생각하고 여기까지 왔는데 결국 자식들에게 손을 벌리게 됐네요.”라고 했다.

김 씨는 그럼에도 자식들에게 선뜻 이야기를 꺼낼 수 없었다. 그때 어머니를 통해 소식을 들은 김 형제가 나섰다. 방 한 칸을 자식과 손주들 사진으로 도배한 지극한 아버지의 사랑에 형제가 앞 다퉈 자신의 간을 드리겠다고 한 것이다.

김 형제의 간 공방전(?)은 한 달 동안 이어졌다. 김민배 선생은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다니는 자식이 둘이나 있다. 동생 김성환 씨는 결혼한 지 1년 된 신혼에다가 개막 50일밖에 남지 않은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에서 일하고 있다. 간 이식 수술을 하면 최소한 두 달 정도는 일을 쉬어야한다. 두 사람 모두 가정과 직장에서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에 서로를 배려해 자신의 간을 드리겠다고 한 것이다.

선택은 병원의 몫으로 넘어갔다. 형제의 간을 검사해 아버지에게 더욱 적합한 간을 이식하기로 결정했다.

검진 후, 병원에서 뜻밖의 이야기를 전했다. 두 형제 모두 선천적으로 간이 작아 한 사람의 간만 이식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일반적으로 기증자의 간에서 65%를 수혜자에게 이식(기존 간은 100% 제거)하지만 이들의 간은 65%를 떼어낼 만큼 충분히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두 사람의 간을 각각 떼어내 이식하기로 했는데 동시 이식은 전체 간 이식의 약 10%로 매우 희귀한 경우다.

소식을 듣고 형제는 기뻐했다. 두 사람 모두 아버지의 사랑에 조금이나마 보답할 수 있게 됐고, 간을 양쪽에서 이식하는 만큼 건강한 삶을 선물해 드릴 수 있기 때문이다.

19일(화) 오전 8시 세 부자는 손을 꼭 잡고 나란히 수술실로 들어갔다. 22시간이 지난 20일(수) 오전 6시 무사히 수술을 마치고 처치실로 돌아온 이들은 아버지와 함께 인생 2막을 꿈꾸고 있다.

김 형제는 “오랫동안 간질환으로 고생하신 아버지에게 우리 형제가 새로운 삶을 드릴 수 있어 매우 행복합니다. 수술 후 한동안 병원에서 요양을 해야하는데 저희 결정에 흔쾌히 동의해준 아내에게 고맙습니다. 무엇보다 팀장님 및 직장 동료에게 매우 미안하고 감사합니다. 하루빨리 회복한 후 사무실로 복귀해 마음의 빚을 갚고 싶습니다.”고 했다.

아버지 김철주 씨는 “아무리 아버지라지만 간을 떼어주는 결정이 굉장히 쉽지 않았을 겁니다. 자식이 큰 결정을 해준 만큼 앞으로 아내와 자식, 손주들을 더욱 보듬으며 행복한 가정을 만들겠습니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