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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풍현 명예교수, 대한민국학술원상 수상
분류 이슈
작성자 홍보팀 이기태
날짜 2022.10.04
조회수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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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 향찰, 구결 연구 통해 고대 한국어 연구의 초석 다져

남풍현 명예교수가 고대 한국어 연구의 지평을 연 공로로 제67회 대한민국학술원상 인문학 부문 수상자에 선정됐다. 이 상은 대한민국학술원이 우리나라 학문발전에 공이 매우 크다고 인정되는 학자를 발굴해 시상하며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기초, 자연과학응용 등 4개 분야 8명이 선정됐다.

대한민국학술원은 남 교수가 구결, 이두, 향찰 자료를 발굴·해독해 고대 한국어를 실증적으로 연구하고 향가 해독의 새로운 길을 연 점을 높이 평가해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제67회 대한민국학술원상을 수상한 남풍현 명예교수


 “1972년에 단국대 교수로 부임하면서 본격적으로 고대어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동양학연구소(현 동양학연구원)에서 고서 등을 연구하면서 구결을 접할 기회가 생겼는데 이것이 제 평생의 학문 연구의 방향이 된 셈이지요”


구결 연구의 권위자인 남풍현 교수는 우리 대학과의 인연을 이렇게 소개했다. 남 교수는 석독구결(釋讀口訣)을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번역해 학계에 알리며 구결 연구의 새로운 지평을 연 것으로 평가받는다. 

훈민정음 창제 이전 한자를 차용해 우리말을 표기했던 방식은 이두, 향찰, 구결 등이 있다. 구결은 한문 번역을 위해 문장 사이에 토를 단 것을 말한다. 한문 원문에 우리말 보조사(조사, 어미 등)를 넣은 것을 음독구결(音讀口訣), 한문을 우리말로 풀어 읽을 수 있도록 특수하게 토를 단 것을 석독구결(釋讀口訣)로 구분한다. 석독구결에는 당시의 한국어 문법형태의 쓰임이 자세히 기록돼 있을 뿐만 아니라 어순까지 표시돼 있어 15세기 이전의 한국어 연구에 필수적인 자료로 이용되고 있다. 

1973년 충남 서산의 문수사 불상에서 발견된 구역인완경(舊譯仁王經)’은 기존의 구결과는 전혀 다른 형태로 당시 학계에는 이를 해석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번역 요청을 받은 남 교수는 3개월간 밤을 지새워 가며 번역에 매달려 석독구결이 고려시대에도 우리말을 표현하는 하나의 형태로 존재해 왔음을 입증했다. 향찰과 이두에 의존하던 고대어 연구 분야가 구역인왕경의 석독구결을 시작으로 어휘와 문법을 체계적으로 이해하고 연구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셈이었다.

△ 남풍현 명예교수가 연구한 석독구결(왼쪽부터 구역인왕경, 유가사지론 권20) [출처 : 법보신문]


구역인왕경번역 이후 남 교수는 본격적으로 구결 연구에 매달렸다. 한남동캠퍼스 시절, 문과대학 강의실에서 제자들과 뜻을 모아 구결연구회를 정기적으로 개최하며 연구에 매진했고, 1988년에는 전국 대학의 교수를 회원으로 하는 구결학회를 창립해 본격적인 고대 한국어 연구에 돌입했다.

1993년에는 전북 전주의 고문서 수집가로부터 당시 중형차 한 대 값에 달하는 1,400만 원의 사비를 들여 고려시대 불경 유가사지론(瑜伽師地論) 20’을 구입했고 책의 연구 결과물을 세상에 공개하기도 했다. ‘구역인완경에 이어 두 번째로 학계에 발표된 석독구결 연구결과물이었다. ’유가사지론 연구는 구결이 통일신라시대에 형성되어 12~3세기에 널리 사용되었을 것이라는 기존의 가설을 정설로 입증했다.

이후 남 교수는 지금까지 7종의 도서와 160여 편을 논문을 세상에 내놓으며 구결 연구와 후진 양성에 힘을 쏟았다. 2009년 발간한 도서 고대한국어연구는 한자로 표기된 고려시대 이전의 한국어 기록을 읽어내는 방법을 찾아낸 독창적인 업적으로 평가받기도 했다.

2021년에는 우리 대학 출판부에서 편찬한 이두사전편찬에 참여했고, 석주선기념박물관에 논어언행등 고서 및 고문서 530여 점을 기증하기도 했다. 고대어 및 역사를 공부하는 학생들과 교원들의 소중한 학습 연구자료로 활용되길 바라서다.

△ 남풍현 명예교수가 우리 대학 석주선기념박물관에 기증한 도서들


“이두나 구결은 한글 창제 이후에도 조선시대까지 관공서의 행정, 민간의 경제활동 등 사회 활동 전반을 기록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됐습니다. 고대 및 중세 생활상 연구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만큼 국어학계 뿐만 아니라 사학계에서도 관심을 가진 연구자가 지속적으로 나오길 바랍니다.”


87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남 교수의 연구활동은 현재진행중이다. 최근에는 삼국유사에 실린 향가 14수에 대한 해석을 엮어 책을 낼 계획을 세우고 있다. 지금까지 수집한 자료와 학계에 대한 의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대학에서 구결에 대한 강의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초·중등 교육과정에서도 학생들이 고대어 및 문학에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함을 역설하기도 했다. 

흔히들 국문학자에게 15세기 이전의 국어사 연구는 어두운 산길을 걷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한다. 우리말과 소리를 정확하게 기록한 문자체계가 없는데다 관련 기록들도 많이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남풍현 명예교수는 고대 우리나라의 실상을 연구하는 연구자에게 한줄기 등불이 된 선구자이자 권위자였다. 

△ 87세의 고령에도 자택 서재에서 연구활동을 하고 있는 남풍현 명예교수  


남풍현 교수는 서울대학교에서 국어국문학 전공으로 학··박사 학위를 받은 후 1972년 우리 대학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부임했다. 문과대학장(1985.9.1.~ 1987.4.30.) 대학원장(1990.9.1.~1992.8.31) 퇴계학연구소장(1992.9.1.~1998.12.31.)을 역임했으며, 2000년 정년퇴임 후 명예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국어학회 회장, 한국고문서학회 회장, 구결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 구결(口訣) : 한문을 읽을 때 그 뜻이나 독송(讀誦)을 위하여 각 구절 아래에 달아 쓰던 문법적 요소를 통틀어 이르는 말(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참조)

** 이두(吏讀/吏頭) : 한자의 음과 뜻을 빌려 우리말을 적은 표기법. 신라 때에 발달한 것으로, 넓은 의미로는 향찰, 구결 및 삼국 시대의 고유 명사 표기 따위의 한자 차용 표기법들을 통틀어 이르는 말로 쓰나, 일반적으로는 한자를 국어의 문장 구성법에 따라 고치고 이에 토를 붙인 것을 이른다(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참조)

** 향찰(鄕札) : 신라 때에, 한자의 음과 뜻을 빌려 국어 문장 전체를 적은 표기법. 특히 향가의 표기에 쓴 것을 이른다(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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