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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의 품격, 조선시대 조희룡 소장 벼루」 [석주선기념박물관-이달의 유물⑯]
분류 학술
작성자 홍보팀 가지혜
날짜 2025.05.29 (최종수정 : 2025.06.04)
조회수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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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주선기념박물관(관장 박성순)은 1967년 개관(전신 중앙박물관) 이후 우리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발굴·보급하는데 노력하고 있다. 박물관은 약 4만여 점의 유물을 소장하고 있으며, 구글아트앤컬처(Google Arts & Culture)를 통해 전세계에 한국 문화의 우수성과 아름다움을 알리는 데 노력하고 있다. 박물관과 홍보팀은 공동으로 큐레이터가 추천하는 [석주선기념박물관-이달의 유물] 기획 특집 기사를 연재한다. 이달에 소개할 석주선기념박물관 소장 유물은 『선비의 품격, 벼루』 이다.


벼루는 글씨를 쓰기 위한 문방도구로 붓, 먹, 종이와 함께 문방사우(文房四友)라고 불리며 선비의 삶과 학문를 상징해 왔다. 벼루를 한자로는 ‘연(硯)’이라고 하는데 간다는 의미에서 ‘연(硏)’이라고도 했다. 일반적으로 먹을 가는 바닥 부분인 연당(硯堂), 갈아 낸 먹물이 모이는 오목하게 파진 물집인 연지(硯池)로 구성돼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일찍이 중국에서 전래되어 삼국시대부터 벼루를 사용했던 것으로 추정한다. 삼국시대의 출토된 벼루들은 여러 개의 다리를 가진 둥근 모양의 원형 벼루들이 대부분이다. 신라 벼루로는 우리 박물관이 경주 인왕동에서 수습한 도제(陶製) 벼루가 있다. 박물관이 경주 인왕동에서 수습한 신라 벼루는 원형에 동물 다리 형태의 다리가 4개 붙어 있어서 원형수족연(圓形獸足硏)이라고 부른다. 둥근 연당부분에 파손 흔적이 있지만 그 주위로 골을 파서 먹물이 모아지게 만들고 주위의 막음까지 있는 완전한 형태로 유약도 발라져 있어 신라 벼루의 대표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석주선기념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경주 인왕동 수습 신라벼루

풍류를 즐기는 옛 조상들은 벼루를 단지 먹을 가는 도구라고만 생각하지 않았다. 연당과 연지 둘레에 각종 아름다운 조각을 새겨 넣어 한껏 멋을 내고 감상의 대상으로 여겼다. 명연(名硯)으로 불리는 벼루에는 화조, 산수, 소나무 등이 조각되어 있어서 벼루의 품위를 한껏 높였다. 뒷면에는 명문장가와 명필이 모여 연명(硯銘)을 새겨 넣고 벼루 자체에 이름을 붙여 주기도 했다. 벼루에 새겨진 조각은 미술품으로서의 품격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였으며 아무리 석질이 좋다 하더라도 조각이 서투르면 벼루의 가치가 떨어진 것으로 여겼다.
조선시대 우봉 조희룡(趙熙龍, 1789~1866) 선생은 벼루에 각별한 애정을 가진 인물이다. 조희룡 선생은 시, 글씨, 그림에 모두 뛰어났으며 매화 그림을 많이 그린 사람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문방사우에 각별한 애정을 가졌는데 특히 벼루에 대해서는 벽(癖)이 있다고 할 정도로 온갖 벼루를 사 모았던 ‘벼루 마니아’였다. 전국의 명석(名石)을 찾아다니며 벼루를 수집했던 조희룡 선생은 벼루 102개가 모이자 자신의 집을 “백이연전전려(百二硯田田廬)”, ‘102개의 벼루 밭이 있는 시골집’이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석주선기념박물관에는 약 700여 점의 벼루를 소장하고 있다. 그중에는 조희룡이 생전에 소장했던 벼루도 있다. 조희룡 소장연은 짙은 자줏빛의 고산석(高山石)으로 만들어졌으며 모를 약간 둥글게 깎은 사각 모양으로 둥근 연당과 양 끝이 래로 구부러진 타원형의 연지다. 고산석은 조선 후기 문인이 선호했던 고급 벼루 재질로, 먹이 잘 갈리고 윤기 있는 표면과 깊이 있는 색조를 갖춘 것이 특징이다.


▲ 석주선기념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조희룡 소장 벼루

연당과 연지 주위로는 학, 매화, 산, 거북이, 사슴 등의 십장생이 조각되어 있다. 뒷면에는 행함과 실천을 강조한 “讀得一尺不如行得一(1척만큼 읽는 것이 1촌만큼 행하는 것만 못하다)”는 문장과 그의 호인 우봉(又峰)이라는 글자가 인장 형태로 새겨져 있다.


▲ 석주선기념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조희룡 소장 벼루

벼루는 단순한 필기도구를 넘어, 선비들의 사유와 취향, 예술 세계를 구현한 복합적인 문화유산이다. 조희룡의 고산석 벼루는 조선시대 벼루의 제작 기술과 문인들의 생활문화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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