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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판소리 42년 외길 인생...김미나 명창
작성자 김창해
날짜 2009.07.01
조회수 5,472

아래 인터뷰는 홍보도우미 학생들이 진행하였습니다.
- 글쓴이(김정아, 영문과 4년)
- 촬 영(이상만, 전자공학과 3년)


당대 대표 소리꾼의 판소리 사랑
판소리는 나의 운명...10살부터 판소리 본격 공부


“국악은 우리의 순수 음악임에도 불구하고 국민들로부터 따뜻한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있어요. 타 장르에 비해 관심도 적고요. 국악은 단기간의 노력으로 결실을 볼 수 있는 분야가 아닙니다. 저라고 왜 힘든 시기가 없었겠습니까. 소리가 늘지 않을 때나 사람들이 소리를 알아주지 않을 때 가끔씩 회의감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게 해준 건 소리에 대한 사랑, 바로 그것 하나입니다.”


지난 달 27일 김미나 명창의 완창 판소리 심청가 공연이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있었다. 언론의 공연 안내 때문인지 객석이 가득 찼다.......지난 해 ‘임방울 국악제’에서 판소리 명창부 대상(대통령상)에 오른 김미나 명창을 만났다. ‘소리’라는 예술과 당대를 대표하는 소리꾼으로서의 삶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단국대 대학원 석사를 마치고 박사과정에서 국악을 공부하고 있고 김 명창은 현재 국립창극단 멤버이기도 하다.


김미나 명창은 예인(藝人)이 많이 배출된 전북 남원 출신이다. 10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국악원에서 소리를 배우게 된 계기를 묻자 분명한 톤으로 “소리가 좋아서”였다고 대답했다. 김 명창은 “주변에서 우리의 전통 가락을 즐기는 사례가 점점 드물어 지고 있고 젊은 층에서 그런 경우를 찾기란 더욱 힘든 일”이라며 안타까워 했다. 다른 장르의 대중예술에 비하면 국악인이 받는 물질적 보상이나 사회적 인지도 역시 또한 현저히 낮다는 느낌이다. 그녀의 42년 국악 인생에 번뇌와 갈등은 없었을까?


“어린 시절부터 소리가 좋아 계속 이 길을 걸어왔어요. 막연하게 느껴졌지만 서른이 넘은 직후엔 소리꾼의 길이 저의 운명임을 깨달았어요. 3년 전부터 심청가 완창을 해왔지만 아직도 많이 부족합니다.” 국악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손꼽는 실력이지만 김 명창은 여전히 ‘배가 고프다’고 말한다.


득음 순간 “판소리는 나의 운명” 재확인
피나는 연습으로 정상에 올라

 


김 명창은 소리를 시작한 이래로 ‘소리’와 떨어진 일이 없다. 평소에도 소리를 시작하면 쉬지 않고 한바탕 3시간을 완창한다. 눈뜨면서부터 잠잘 때까지 소리 생각뿐인 그녀에게 정해진 연습시간은 따로 없다. 그녀의 하루는 소리로 가득 차있다. 그렇게 힘든 하루하루를 가능하게 한 원동력은 소리에 대한 사랑이다. 소리를 운명으로 받아들인 후부터 김 명창은 소리와 혼연일체가 되지 않았을까?


스탕달 신드롬...훌륭한 예술작품을 보면 황홀경을 느끼는 증세를 말한다. 김 명창이 경험한 희열은 순간순간의 깨달음에서 온다.


“춘향가의 아리아인 ‘쑥대머리’를 부르는데 도저히 그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어요. 옥중에서의 원통함과 여린 여인의 몸으로 갖은 고초를 겪으면서도 그리운 님에 대한 마음을 표현해내기 힘들었습니다. 나의 목소리가 그녀를 그려내는 전부인데 내 맘처럼 되지 않았어요. 몇 날 아니 몇 달을 밤낮으로 그녀의 심정을 느끼려 노력했습니다. 결국 어느 순간 느끼게 된 그 감정과 소리의 터져오름은 스스로에게도 큰 감동이었습니다.”


마르쿠제는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고 능력이 발휘되는 일을 할 때 진정한 행복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김 명창 또한 힘든 연습과 고뇌에도 “오늘 김 명창 소리 정말 좋았어!”라는 한마디에 진한 행복감에 빠져든다고 고백했다. 전통문화를 계승하여 이를 발전시킨다는 자부심도 그녀에게 국악이 주는 또 다른 기쁨이다.


“혼자서 사람을 울리고 웃기는 음악은 판소리가 전 세계에서 유일합니다. 심청가만 해도 한 인간의 탄생과 죽음까지 모든 인생이 농축되어 있죠. 그리고 소리는 사건과 희로애락, 다양한 삶이 표현된 삼라만상을 담고 있습니다.” 김 명창이 말하는 ‘소리’가 그려내는 것은 인생 그 자체가 아닐까.


내노라 하는 명창과의 인터뷰를 위해 공부하다보니 몰랐던 여러 가지를 배우게 되었다. 이것 저것 정리를 해보면 판소리는 구전 예술이란 점, 그래서 악보가 별도로 있지 않다는 점, 이로 인하여 소리꾼마다 갖고 있는 본연의 예술성을 최대로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 다른 음악과는 다르게 한 구절만 들어도 누구의 소린지 구별할 수 있을 정도로 소리하는 이의 색깔이 두드러진다는 점...판소리는 많은 특징을 담고 있었다.


1964년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로 지정된 판소리는 우리만의 소리로 머물러 있진 않았다. 2003년에는 유네스코에서 ‘인류구전 및 세계무형유산걸작’으로 지정되어 이제는 해외에서도 유명하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판소리는 전 세계가 인정한 문화유산”
“국가 차원의 국악 육성책 필요”


“예술은 전 세계인의 공통언어입니다. 외국인들이 처음 소리를 접할 때는 낯설어 하지만 공연이 진행됨에 따라 그들도 우리와 똑같이 그 이야기에 빠져들어요. 비록 우리말을 알아듣진 못해도 소리 자체에 담긴 감정과 한은 충분히 전달됩니다. 예술이란 때론 언어로 표현하지 못할 인간의 감성을 직접 대면할 수 있게 합니다. 소리는 그 매개체가 되는 훌륭한 문화죠.”


진정한 예술은 시대가 변한다고 해서 예술적 가치가 퇴색되진 않는다. 특히나 우리 민족의 삶이 담긴 판소리는 시간이 지날수록 그 값을 매길 수 없을 만큼 깊이를 더한다. 하지만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종합예술인 판소리가 현재 모국에서조차 외면 받고 있다는 사실이 김 명창의 어깨를 누른다.


“전 세계 사람들조차 인정한 예술성을 우리 민족이 아끼고 사랑해주지 못 한다는 것이 너무나도 안타까워요. 양악에 비하면 국악에 대한 교육의 비중이 너무나 미비합니다. 국악인들이 더욱 노력하고 국가 차원의 이해와 지원이 지금보다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국내 최고 권위의 임방울 국악제에서 판소리 명창부 대상(대통령상)까지 거머쥐었지만 그녀의 국악에 대한 열정은 식지 않았다. 박사과정과 더불어 국문학, 역사학도 공부하면서 판소리의 뿌리에 대한 연구도 진행중이다. 이 모든 것이 처음과 다름없이 “소리가 좋아서”란다.


“누구나 꿈이 있지 않을까요? 저는 소리를 택했고 최고가 될 수 있다는 신념으로 이 길을 가고 있어요. 그 과정이 비록 힘들고 외롭지만 그 과정을 즐기렵니다. 즐기는 사람을 누가 당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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