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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창과 심지현 양, 2014 경향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
분류 이슈
작성자 박인호
날짜 2014.01.08
조회수 8,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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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경향 신춘문예 ‘시’부문에 우리 대학 심지현(문예창작과4) 양의 ‘갈라진 교육’이 당선됐다. 시상은 오는 15일 중구 경향신문사에서 열릴 예정이다.

심 양은 올해 만 23세로 어린 나이에 경향 신춘문예에 당선되는 경사를 맞았다. 신춘문예에 처음 지원해 경쟁이 매우 치열한 ‘시’ 부문에 선정됐다는 점에서 심 양은 “기쁘면서도 무거움을 느낀다”며 “더욱 많은 준비를 앞에 두고 있다”고 당선 소감을 담담히 전했다.

한편, 본심 심사를 맡은 황현산 교수와 김사인 시인은 “심지현 양의 당돌함 앞에서 우리는 불편한 동시에 설렜다. 또 그의 시들은 어딘가 불균형한 듯하지만 그것을 상쇄하고도 남는 새롭고 생생한 발화로서의 매력을 지니고 있다”며 이어서 “그는 정면으로 감당하기 쉽지 않을 삶과 세계의 잔혹과 비극성을 피하지 않았다. 슬픔과 상처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그의 언어들은 감상에 떨어지지 않는다”고 선정이유를 밝혔다.

마지막으로 심사위원들은 “노련과 안정감보다 심지현의 이 용기와 젊은 당당함 쪽을 선택했다. 세상의 고통과 환희를 자신의 것으로 깊이 앓는 좋은 시인이 되기를 빈다”고 밝혔다.

 

갈라진 교육

오빠 내가 화장실 가다가 들었거든, 내일 아줌마가 우릴 갖다 버릴 거래. 그 전에 아줌마를 찢어발기자. 우리가 죽인 토끼들 옆에 무덤 정도는 만들어 줄 생각이야. 토끼 무덤을 예쁘게 만들어 주는 건 오빠의 즐거움이잖아. 아줌마는 가슴이 크니까 그건 따로 잘라서 넣어야겠다. 그년의 욕심만큼 쓸데없이 큰 젖. 여긴 아줌마가 오기 전부터 우리 집이었어, 난 절대 쫓겨나지 않을 거야.

너 시들지 않는 새엄마를 시기하고 있구나. 아버지가 무능해서 고생하는 예쁜 나의 새엄마. 그녀가 나를 버려도 괜찮아. 개처럼 기어가서 굶겠다고 말하면 그만인걸. 그게 안 먹히면 그녀의 가슴을 빨고 엄마라고 부르면 되지. 잠 설치는 아이를 달래는 척 밤마다 날 찾을지도 몰라. 자꾸 커지는 나를 본다면 오히려 그녀는 아이가 되겠지. 아, 못생긴 엄마가 떠나면서 주고 간 선물. 예쁜 우리 새엄마!

다음은 심지현(문창과4) 양과의 인터뷰 내용이다.

Q.신춘문예에 당선됐다는 전화를 받고 어땠나요? 젊은 나이에 등단한 소감은?
- 1%의 기대도 없었어요. 작품을 내러 가는 당일에도 망설였거든요. 우체국 문 닫기 10분 전에 도착해 겨우 제출했어요. 몇 주 지나고 전화가 와서 장난인가 싶었어요. 아주 좋았다가 엄청 의심스럽다가 되게 기뻤어요.
제 나이가 젊든 아니든 소감은 같을 거예요. 기쁘고 무겁죠. 그래도 지금 당장 좋은 점은 취업 걱정 같은 건 좀 미뤄두고 글을 더 쓸 수 있다는 거죠.

Q.처음 시를 쓰게 된 동기는? 그리고 시작(詩作)은 언제부터였나요?
- 엉망인 글을 친구들과 나눠보고 스스로 괜찮다고 여겼어요. 근데 제 위치를 제대로 알고 '여기서부터 다시 걸어와라' 하고 바로 잡아준 사람이 있었어요. 그래서 제대로 된 걸음이 시작된 건 얼마 안 됐다고 말하고 싶어요.

Q.‘갈라진 교육’을 쓰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니고, 동화적 상상력과 그로테스크의 결합을 종종 상상했어요. 누구나 써봤고 상상했으며 읽어본 듯한 그런 평범한 것. 그러나 일상이 아닌. 소재를 생각하고 조언을 들으며 퇴고를 하면서 제가 할 일은 직접 그 여동생과 오빠가 되는 것뿐이었어요.

Q.‘갈라진 교육’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 딱히 숨기거나 엄청난 의미를 넣어 둔 건 아니에요. 다만 재미없고 어려운 것은 쓰지 말자고 생각했어요. 더군다나 동화적 상상력을 토대로 했으니 복잡하게 만들지는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죠.

Q.그동안 신춘문예 응모에 자주 문을 두드렸나요?
-한 번도 응모를 한 적이 없었어요. 부족하다고 느꼈고, 괜찮아질 거라고 확신했어요. 그러면 그때 보내보자고 생각했죠. 지금도 성급했다는 생각은 하고 있어요. 그래서 더욱 많은 준비를 앞에 두고 있어요.

Q.시를 짓는다는 것은 심지현 양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 이건 아주 얇고 어리고 메마른 글이에요. 지켜주고 싶게 이름부터 '시'라니. 그런데 너무나 기특하게도 무엇보다 강렬하죠. 아주 많거나 어려운 단어를 사용하지 않아도 마음이 왈칵 무너지는 경우가 있잖아요. 저는 그 단어들을 동경하고 감동해요.

Q.시를 창작하는데 가장 힘든 순간이 언제인가요?
- 분명 처음에는 괜찮다고 쓴 글이 좀 지나고 다시 보면 속상할 정도로 못 쓴 것들이 있어요. 퇴고할 때 더 고민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그리고 시를 쓸 때는 늘 밤낮이 바뀌어있어요. 다음날 수업이 있을 때 가장 힘들죠.

Q.꿈과 앞으로의 계획은?
- 아직은 배울 것이 더 많아요. 완전하지 못한 제가 지금 할 수 있는 건 더 많이 배우는 것뿐이에요. 부모님은 당선소식에 기뻐하셨지만 동시에 걱정이 생기셨죠. 저의 대학원 진학은 분명 고생이실 거예요. 근데 그냥 열심히 할 거예요. 뻔뻔하게도 저는 계속 글을 쓰고 싶어서.
더불어 동인회 '시누리'와 '시선' 선후배들에게 감사를 전하고, 앞으로도 함께 글을 쓰며 웃었으면 좋겠어요. 제 따뜻한 4년간의 이력들, 기쁨들 모두 고마워요.